Creature: 행복한 테디

털이 군데군데 빠지고 눈알 한쪽이 없어진 커다란 곰 인형 환상체.

하지만 이 전에는 옛 주인에게 사랑을 많이 받은 듯 목 에는 낡은 리본이 걸려 있고 조그맣게 이름이 적혀 있다. 워낙 낡은 터라 알아보기는 힘들다. 자신도 버려졌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는지 항상 축 쳐져 있는 모습이다.

<상담 기록 일부 발췌> "저는 야간 순찰을 돌고 있었어요. 행복한 테디 쪽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딱히 없었어요. 평소에도 딱히 해는 끼치지 않았으니까. 그냥 확인만 하려고 돌아오려고 해서 살짝 격리실 안을 보았어요. 테디가 누군가를 꽉 껴안고 있었죠. 저는 한동안 테디의 담당이었던 <데이터말소>가 늦게까지 남아서 작업을 하는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조금 이상했어요. 격리실에 들어가서 말을 걸었지만 <데이터말소>는 답이 없었어요. 곧바로 저는 비상 버튼을 눌러서 사람들을 불러왔죠. <데이터말소>는 혼수상태에 빠진 지 8시간이 지난 후였어요. 오전에 들어가서 제가 발견할 때까지 줄곧 테디의 품에 안겨 있었던 거죠."

<발송 불가 표시가 찍혀 있는 낡은 편지> 직원 전용 매뉴얼에 적혀 있던 내용이 뭔지 기억해? “환상체에게 결코 사적인 감정을 느끼지 말 것.”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했어. 너는 괴물들에게 그런 감정을 갖는 것 부터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 괜찮아. 괴물들 맞잖아. 우리끼리 있을 땐 그렇게 불러도 돼. ‘행복한 테디’는 네가 두 번째로 맡은 환상체였어. 아마 너는 테디를 보고 환상체라고 해서 무조건 징그럽고 무시무시한 것이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을 거야. 버려져 있는 낡은 인형 같은 모습이 어쩌면 옛날 일들을 생각나게 했는지도 모르지. 테디는 너의 포옹을 좋아했던 것 같아. 맞아, 테디는 너가 투입될 때마다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했어. 그리고 어느새 너는 테디의 고정 담당이 되었지. 아마 너는 그것으로부터 일종의 책임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야. 그렇지? 너가 테디의 격리실에 들어가는 날들이 늘어갈수록 나는 점점 걱정스러워졌어. 너가 마치 고아원에 봉사하러 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야. … 테디는 너를 새로운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너가 들었으면 아마 기뻐했을지도 모르는 소식이지. 하지만 테디는 말이야, 두 번 다시 주인과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았어. 너는 테디에게 항상 다음을 기약했겠지만, 그것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너가 기적적으로 숨이 붙어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테디로부터 너를 떼어내는 데 1시간이나 걸렸다는 소식도. 다른 사람들이 너를 잊어가도, 나만큼은 너를 기억할게. 부디 기적이 있기를.

$0에게 연달아 작업을 시도한 #0 직원이 질식사로 사망했다.

#0 직원이 $0의 품에서 목뼈가 부러진 채로 발견됐다. $0의 격리실을 여러 번 방문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참고 문서 - 발송불가 표시가 찍힌 낡은 편지